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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구직 원서도 못내민다…기업들 지원 자격 차별 심각

뉴욕시 실업자들이 현재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스트링어 맨해튼 보로장은 기업들이 직원 채용 과정에서 응시 자격을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제한하며 실직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스트링어 보로장은 이날 직원 모집 광고에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담긴 사례 18개를 공개했다. 이들 대부분에는 '반드시 현재 다른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어야 함'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고, 나머지도 '현재 일하고 있거나 실직 기간이 1~5개월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실직자뿐 아니라 신용이 안 좋은 구직자도 채용 과정에서 제외되고 있다. 스트링어 보로장에 따르면 기업들은 구직자의 신용까지 채용 심사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실제로 보로청이 공개한 22개 업체의 채용 광고에는 '신용조사 필수'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즉, 현재 일자리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구직자는 아예 심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스트링어 보로장은 이에 대해 "수많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이러한 행태는 비양심적이며 구직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매우 파괴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스트링어 보로장은 기업들의 이러한 실직자 채용 차별 정책을 금지하도록 뉴욕주와 시의회에서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커네티컷·하와이·워싱턴·오리건·일리노이·메릴랜드 주 등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신용조사를 금지하고 있다. 신동찬 기자 [email protected]

2011-10-24

"찬바람…굶는 한인 노숙자 있다니 가슴 저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미국에서 많은 한인들이 길거리에서 굶고 있다니 믿어지질 않습니다." 경기침체로 '한인 노숙자가 늘고 있지만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기사〈본지 10월30일자 A-1면>와 관련 온정의 전화와 격려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 실패로 110일간 노숙 생활을 한 박태영(가명)씨와 실직해 오갈 곳 없이 딸과 함께 기도원에 의탁하고 있는 조갑자(가명)씨에 대한 도움을 자청하는 한인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는 김신자씨는 "한인중에 한끼 식사를 못하고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조금이라도 나눠 한인 노숙자에게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할 수 있도록 성금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한의사 김행식씨는 "조씨 모녀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아팠다"며 "한의학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조씨의 딸을 무료로 고쳐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외에도 실직한 한인 노숙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자 하는 한인들도 나섰다. 벤투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한인은 "식당에서 일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기왕이면 한인을 고용하고 싶다"며 "다행히 집에 방 1개가 여유가 있어 거주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포털 사이트인 코리아데일리(www.koreadaily.com)에는 이들을 격려하는 한인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ID 'wiseguy'는 '자식과 생이별에 대한 아픔을 이해하겠다'며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 한인 홈리스를 도우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박씨가 4개월간 노숙 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세인트 제임스 교회의 김요한 신부는 본보 웹사이트를 통해 '노숙자 수백명이 무료 식료품을 얻으러 찾아오는데 봉사자가 부족하다'며 '한인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인 홈리스를 돕고 있는 단체 세인트제임스 성공회 교회 (323-244-8810) 아가페홈미션(323-734-7570) LA대한민국기도원(323-734-4599) 소중한사람들(213-385-4515) 월드아가페(877-600-1004). 진성철 기자

2009-10-30

[기자 칼럼] 한인이어서 더 서러운 홈리스

우리는 홈리스하면 마약 알코올 중독자 아니면 게을러서 일하기 싫은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그런 고정관념은 깨져 버렸다. 아이들의 교육과 아메리칸 드림을 목표로 잠 잘 시간과 번 돈을 한 푼 두 푼 아끼며 수 십년간 성실히 살아온 한인들이 서브프라임발 경제 한파를 못 넘어 홈리스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인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쉽게 생각하면 실직이나 사업 파산으로 수입이 없어 모기지 페이먼트나 아파트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거리로 내몰려 홈리스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인사회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도 못하고 있는데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줄 변변한 한인단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노숙생활을 경험한 다수의 한인들은 쉼터가 없는 슬픔보다 찬바닥의 냉기보다 허리를 끊는 듯한 배고픔 보다 한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냉정함이 더 큰 공포였다고 입을 모았다. 넉 달 동안 거리생활을 했던 한 한인 홈리스는 한인들의 냉정함에 대한 일화를 들려 주었다. "비가 퍼부어 잠을 잘 수도 없어서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처마가 있는 건물을 찾아 그 앞에 서 있었어요. 한 10분 동안 서 있었을 무렵 건물 주인인 듯한 한 한인이 내려 오더니 당장 떠나라고 했어요. 그래서 인근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여는 새벽6시까지만 서있겠다고 사정을 했지만 건물주는 다시 떠나라며 소리를 쳤어요. 다시 한 번 부탁했어요. 눕지도 않고 서서만 있겠다고 한 번만 봐달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건물주는 완강하게 다른 건물로 가면 되지 않냐며 빗속으로 제 등을 떠밀더군요." 그는 서운한 감정에 목이 메이면서 말을 이었다 "할 수 없이 빗속을 걸어 처마가 있는 또 다른 건물 앞으로 장소를 옮겼지요. 한 15분 있으니 건물에서 라티노 시큐리티 가드가 나왔어요. 또 다시 쫓겨나겠구나 하는 마음에 빗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그러나 그 시큐리티 가드는 비가 많이 오니 멈출 때까지 안으로 잠깐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너무 고마웠어요." 그는 그 시큐리티 가드 덕에 그 날 새벽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노숙생활을 두 달간 했다는 또 다른 한인 홈리스 역시 한인사회의 무정함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허기에 지쳐 인근 한인 종교단체를 찾았지만 허름한 차림새를 본 한인들이 나가라고 말하는 듯한 차가운 눈초리에 당황해 도망치듯 나왔다"고 서운해 했다. 이어 그는 "용변이 급해 한인 샤핑몰에 들어가려 했지만 비즈니스 업주가 보낸 시큐리티 가드에 의해 내쫓겼다"며 "내가 업주라도 홈리스가 샤핑몰에 들어오는 것은 반기지 않겠지만 용변이 급한 사정을 조금만 이해해 주었다면 그렇게까지 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인사회는 홈리스를 돕겠다며 앞을 다투어 다운타운으로만 몰려가고 있다. 이제는 한인타운에 새로운 소외계층인 한인 홈리스를 보다 따뜻한 시선과 온정으로 돌봐야 할 시점이다. 같은 한인으로서 쉼터나 음식을 권하지는 못해도 한인타운에서 비는 피할 수 있게 용변은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2009-10-30

[늘어나는 한인 노숙자] 한인단체들, 노숙자 지원 다운타운에 집중

한인 홈리스는 갈 곳이 없다. 연말이면 많은 한인들이 홈리스 지원에 나서지만 정작 한인 홈리스들은 지원의 손길에서 먼 곳에 있다. 홈리스의 세계에서도 한인들은 어두운 소수계의 삶을 어렵게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LA에도 홈리스들을 위한 주류 비영리 단체들이 여럿 운영되고 있지만 한인들의 이용이 쉽지 않다. 실제로 'LA 홈리스 서비스(LAHSA)'가 공개한 LA카운티 홈리스 인종 분포를 보면 흑인 47% 라티노 29% 백인 21%다. 아시아계는 1%에 불과하다. 6명의 한인 홈리스와 7개 홈리스 지원단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인 홈리스들이 직면한 문제점을 정리했다. ▷홈리스 세계에서도 '소수계'= 영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주류 홈리스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홈리스 센터 월드 아가페의 우연식 전도사는 "일부 한인 홈리스들이 도움을 찾아 다운타운을 찾지만 언어 문화적인 요소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고 한인타운을 찾는다"고 말했다. 특히 마약이나 도박때문이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홈리스가 된 한인들은 다운타운의 다른 홈리스들과 함께 하기가 힘들다. 한 한인 홈리스는 "다운타운의 일부 홈리스들은 마약을 한 상태에서 갑자기 공격해 올 수 있어 다운타운에 가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한인 홈리스 시설 실태= 하지만 한인 홈리스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줄 한인 단체나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홈리스 센터 월드 아가페의 우연식 전도사는 "한인 홈리스를 한인타운내 쉼터에 보냈지만 자리가 안나서 못 들어간 경우가 많다"며 "또한 한인들의 쉼터 운영을 위한 지원도 넉넉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4개월 가까이 노숙생활을 한 박태영씨는 "LA한인타운 인근에서 샤워할 수 있는 곳은 찾기가 너무 어렵다"며 "노숙하는 한인 홈리스 다수가 씻지 못하는 문제를 가장 어려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타인종이 운영하는 홈리스 지원 단체의 경우 임시 쉘터는 물론 1~2년간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까지 갖추고 있다. ▷거주지가 있어야 취업가능= 한인 홈리스들은 구직활동에 가장 큰 걸림돌로 구인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과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한인 홈리스 6명 모두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모두 직업을 찾지 못했다. 이한정(가명)씨는 "주소도 없는 홈리스에게 일자리를 주는 기업은 없다"며 "결국 안정적인 거주지가 있어야 취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면 타인종이 운영하는 홈리스 지원 단체는 홈리스들을 1대1로 도와 주는 케이스 매니저가 취업 알선은 물론 구직에 필요한 전화번호와 주소를 제공하고 있다. ▷등장 밑이 어두워 = 한인 홈리스가 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한인 단체들은 여전히 다운타운의 타인종 홈리스에만 도움을 손길을 내밀고 있다. 송경직(가명)씨는 "한인 홈리스들이 낮에는 한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한인타운으로 모여든다"며 "하지만 한인타운에는 한인 홈리스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대부분의 홈리스 지원은 다운타운에 집중돼 있다"며 아쉬워 했다. 서기원.진성철기자

2009-10-29

[늘어나는 한인 노숙자] "아픈 딸과 집 쫓겨날땐 살길 막막"

"아픈 딸 아이를 데리고 강제로 퇴거 당했을 때는 정말 살아 갈 길이 막막했습니다." 조갑자(가명)씨 모녀는 6개월째 홈리스 쉘터인 아가페홈미션(원장 이강원 전도사)에서 거주하고 있다. 지난 해 까지 넉넉하지는 않은 살림이었지만 조씨는 싱글맘으로 딸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해 말 직장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실직후 5개월간 그는 백방으로 새로운 직장을 수소문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구직시장에서 직업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결국 아파트 렌트비가 밀려 거리로 쫓겨났다. 조씨는 "아들은 친구 아파트에서 임시로 기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픈 딸아이는 내 보살핌 없이는 하루도 버텨내기가 어려워 같이 머물 수 있는 쉘터를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LA다운타운의 쉘터(shelter)에는 동양인이라곤 조씨 모녀 밖에 없었고 저녁에 잠시 잠만 잘 수 있다는 보호소측의 설명을 듣고 이내 포기했다. 딸과 함께 거리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홈리스 지원 단체를 알아봤다.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단체는 있었지만 쉘터를 제공하는 곳은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특히 가족 홈리스가 거주할 수 있는 쉘터는 전무한 상태였다. 다행히 아가페홈미션을 전해 듣고 서둘러 전화를 걸어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고 딸의 상태를 듣고 나서야 겨우 거주 허락이 떨어졌다. 그녀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쉘터가 없었다면 아픈 딸과 함께 거리에서 노숙자로서 하루 하루 힘든 삶을 살아갈 뻔 했다"고 말했다. 진성철 기자

2009-10-29

[늘어나는 한인 노숙자] "자식에 이런 모습 보이기 죽기보다 싫어"

26일 LA한인타운 내 한 아파트. 이날은 박태영(가명·55)씨에게 특별한 날이다. 110일간의 홈리스 생활에서 벗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세인트제임스 성공회 교회의 김요한 신부의 도움으로 방 한칸을 장만한 박씨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제가 홈리스가 될 줄 꿈에라도 생각했겠습니다. 아직도 길바닥에서 잘 때의 냉기가 느껴져요. 하지만 그 보다 더 차가운 한인들의 시선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 평범한 이민자의 삶 박씨는 LA다운타운 소위 '자바'라고 불리는 의류도매시장에서 소규모의 의류업체를 꾸려왔다. 16년전에 이민와 아내와 아들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경기침체가 시작되며 매출 규모가 2007년 보다는 줄긴 했지만 박씨 가족은 글렌데일시에 남부럽지 않은 주택을 마련해 아내가 해준 따뜻한 식사를 즐기며 아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2009년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매상 감소에 따라 빚이 늘기 시작했다. 박씨는 "사업이 힘들긴 했지만 19년동안 가꾸어 온 아메리칸 드림이 하루 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 혼자가 되기로 올해 초 사업이 기울면서 주택 모기지 페이먼트가 밀리기 시작했고 은행에서는 계속 차압에 대한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1달 노티스와 3일 노티스를 받을 때까지도 모기지 페이먼트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박씨는 독한 결심을 했다. 아내와 강제로 이혼하고 가족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한 것. "아내와 아들을 한국으로 보낸 후 연락을 끊었어요. 가족들은 왜 내가 이혼을 고집했는 지 모를 거예요. 하지만 가족이 모두 길바닥에 나 앉을 수는 없으니까요. 또 자식에게 노숙자가 된 아비의 모습을 보이기는 죽기보다 싫었어요. 가족들이...너무 보고 싶지요. 그저 한국에서 잘 살고 있기만을..." 가족 이야기 꺼내던 박씨의 목은 어느새 메어 있었다. 한국에 동생이 있지만 동생 역시 힘들게 사는 처지를 알기 때문에 염치없이 한국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홀로 길거리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 아무 곳이나 자면 안돼 돈 한푼없이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에서 한인회를 찾아 갔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굶어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인적 없는 뒷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길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 깔은 신문지 위에 앉아 마자 잠이 들었다.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주인없는 길거리라고 아무 곳에서나 잠을 청해서는 안된다. 노숙자 선배들이 이미 좋은 잠자리를 모두 선점하고 있고 저 마다 구역이 있어 잘못하면 싸움이 나기 쉽다. 비를 막아줄 수 있는 처마가 있고 경비가 없는 곳이 명당이다. ■ 3일만에 먹은 첫 음식 길에서 잠을 청한 지 셋째날이 되자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0번 프리웨이 위에 올라 섰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시 한인타운을 방황하다 윌셔와 세인트 앤드류스가 만나는 곳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게 됐다. 지나가던 흑인이 교회에서 음식을 나눠준다고 귀뜸을 했다. 한시간을 줄서서 기다린 끝에 홈리스용 종이백을 받을 수 있었다. 종이백에는 칫솔 1개 치약 1개 초컬릿 2개 라면 1봉지와 스펀지 케잌이 들어 있었다. 박씨는 그 자리에서 모든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창피한 게 어디있나요. 3일만에 맛보는 음식이었는데요." ■ 운이 좋은 날은 종이백에는 한인타운 인근에서 무료급식을 주는 장소가 적힌 종이도 함께 있었다. 그 이후 박씨는 급식단체가 쉬는 토.일요일을 제외한 월~금요일까지 하루 한끼는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고민이었던 잠자리도 한인 홈리스를 만나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곳에서 밤이슬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홈리스 쉘터(shelter)를 찾아 다니면서 샤워나 세수도 해결할 수 있었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하우도 생겼다. 박씨는 "주문을 하지않고 계속 앉아 있으면 점원에게 쫓겨 난다"며 "쓰레기통에서 컵을 하나 찾아 테이블에 올려 놓아야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통에서 리필이 가능한 커피 컵을 찾는 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희망의 빛은 보인다 LA한인타운에서 홈리스가 식탁에 앉아 따뜻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일주일에 한 번 있다. 세인트 제임스 성공회 교회가 매주 금요일 제공하는 저녁이다. 매주 금요일 박씨는 세인트 제임스 교회를 찾았다. 어느날 식사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던 박씨에게 김요한 신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 신부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 박씨를 위해 자그마한 방을 하나 구해준 것. 요즘 그는 한 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아무 능력도 없는 50대 실직자가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종교와 과거를 묻지 않고 도움을 주신 신부님 덕분에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됐어요." 진성철 기자

2009-10-29

늘어나는 한인 노숙자···변변한 쉘터없는 타운

"첫날 밤을 뒤척거리며 새우잠을 잤습니다. 일어나 보니 취객들의 오줌냄새가 진동하더군요. 사흘을 밥 한끼 구경 못하고 굶은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 봄 박태영(가명.55)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거리에서 잠을 청했다. LA한인타운 영사관 뒷골목의 차가운 바닥에 몸을 누인 것이 4개월 홈리스 생활의 시작이었다. LA다운타운에서 운영했던 의류업체는 망했고 19년 이민생활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박씨는 가족을 한국으로 보냈다. 아버지가 남편이 노숙자가 되는 모습을 차마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기침체로 거리로 내몰리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타운 윌셔의 길 한모퉁에 어둠이 내리면 홈리스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비를 피할 처마가 있고 경비원이 없어 홈리스들에게는 '안식처'다. 처음 이곳을 찾은 노숙자가 '고참' 노숙자의 자리를 차지했다가 싸움이 나기도 한다. 한인 홈리스 중에는 자녀와 함께 홈리스 쉘터에 거주하는 '노숙자 가정'도 늘고 있다. 조갑자(가명)씨 모녀는 6개월째 한인 홈리스 쉘터인 아가페홈미션에 살고 있다. 올해 초 직장을 잃으면서 병을 앓고 있는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LA다운타운의 쉘터도 알아봤지만 동양인은 없고 저녁에 잠만 잘 수 있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아가페홈미션은 마약중독 홈리스를 돕기 위한 곳이지만 실직이나 파산으로 인한 한인 노숙자들도 몰리고 있다. 한인 홈리스에게 쉘터를 제공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도 마약이나 약물중독으로 홈리스가 된 한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파산과 주택차압 등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한인들이 머물고 있다. 또 다른 쉘터인 LA대한민국기도원의 이모세 목사는 많은 시간을 전화기 앞에서 보낸다. '갈데가 없다'며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하루에도 수십통씩 받는다. 이럴 때마다 수용시설이 한정돼 홈리스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한인 노숙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시설은 충분하지 못하다. 이들 대부분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주류사회 쉘터를 찾아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박태영씨는 "정말 배가 고파 한인회를 찾아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을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받은 것은 전화번호부 한권이었다. 아무런 관심이나 도움도 받지도 못하는 홈리스들은 한인사회의 이방인이다. "한인타운에서는 아는 사람과 마주칠까봐 거리를 다니기가 무섭습니다. 그렇지만 다운타운에서 다른 인종의 홈리스들과 생활하는 것은 더 두렵습니다." 또다시 밤이 오면 지친 몸을 눕힐 곳을 찾아 거리를 헤매야만 하는 홈리스 송경직(가명)씨의 이 한마디는 그만의 독백일 뿐 세상에는 들리지 않는다. 김기정.서기원.진성철기자

2009-10-29

불황이후 처음 '고용 늘리겠다 > 줄이겠다'···고용주 조사

불황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고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일자리를 감축하겠다는 비율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실업문제가 조만간에 최악의 고비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국기업경제협회(NABE)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용주들 가운데 앞으로 6개월 내 고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24%로 줄이겠다고 대답한 20%를 넘어섰다. 나머지 56%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7월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에는 고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비율이 18%에 그친 반면 감축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28%였다. 해고 계획보다 고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늘어난 것은 불황이 시작되고 1년여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으로서 경제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서비스부문의 고용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업에서 6개월 내 고용을 늘릴 의향이 있는 고용주는 31%로 지난 4월 16%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해고 계획이 있는 고용주는 3%에 불과했다. 반면 제조업부문은 고용을 늘리겠다는 응답과 줄이겠다는 응답이 각각 12%로 같게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도운 미국건설업체연합(AGCA)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켄 시몬슨은 "조사 결과를 보면 당초 예상보다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2분기에 실업률이 10.5%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추세라면 좀 더 빠르게 바닥을 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2009-10-26

일자리 창출, 추가 부양책이 해법? 지출 확대로 연방정부 부채 급증

연방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 향후 수 개월간 사회가 이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하겠지만 솔직히 그 해답이 안 보인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케인스주의자들은 정부의 지출 확대와 감세만이 일자리 창출을 돕는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많은 경제학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방 정부 부채(이의 일부는 지출확대와 감세에서 유발된다)가 일자리를 빼앗는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앞날이 암담하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2007년 12월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래 대략 8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난다. 해마다 100만명 이상 증가하는 신규 노동력을 감안하면 1990년대(매년 240만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처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더라도 현재 9.8%인 실업률이 5%로 떨어지려면 2017년께나 가능하다고 루터대의 경제학자 조셉 세네카와 제임스 휴즈는 추정한다. 1946년에 사망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창시한 케인스주의는 정부가 적극 개입할수록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경제논리를 떠받든다. 이는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의 이론적 배경이기도 하다. 제 2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마저 속속 나온다. 진보적 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의 래리 미셸은 주정부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현재 최대 79주 동안 지급하는 실업보험 급여의 기간을 더 늘리고 신규직원 채용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자고 주장한다. 고용주에게 신규 근로자 1인당 7000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일정기간 동안 주자는 제안도 나왔다. W E 업존 고용연구소의 티머시 바틱은 이런 세금 감면으로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 예산은 400억달러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하나의 맹점이 있다. 세금 감면이 없어도 어차피 고용을 해야 할 기업에 그 혜택의 3분의 2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의 경기부양책은 약속한 만큼 실업률을 끌어내리지 못했다고 비판 받는다. 하지만 옹호론자들은 경기부양책이 아니었더라면 실업률은 훨씬 더 높아졌으며 경기부양 예산이 아직 절반도 집행되지 않은 점을 들어 반박한다. 비판론자들은 이에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과대평가됐다고 쏘아붙인다. 이런 대립의 밑바탕에는 승수효과(multiplier.지출 증가가 소득 증가에 미치는 확대 효과)를 둘러싼 학술적인 논쟁이 깔려있다. 예컨대 경기부양 지출과 세금 감면 혜택을 늘리면 경제 전반이 획기적으로 활성화되느냐 아니면 그 효과가 있으나 마나 하느냐의 문제다.

2009-10-22

한인 대졸자들 ‘집으로…집으로…’, 취업난 심각 '부모 일 돕겠다'

최근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한 정모(24)씨는 동부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최근 부모가 살고 있는 프리몬트로 돌아와 아버지의 식당을 물려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정씨는 “대학에 진학할 때는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을 한다는데 큰 가치를 뒀지만, 취업이 어려운 요즘 생활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대졸자들이 경기침체와 실업사태를 겪으면서 고향의 부모 곁으로 돌아가 가사를 돕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에 실패한 20대 대졸자들은 좌절감과 패배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경기침체기로 접어든 2007년말 이후, 2년간 미국 내에서 약 7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현실을 감안하면 대졸자들의 ‘회귀현상’은 새삼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취업전문사이트인 ‘칼리지그래드닷컴’이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졸업한 후 고향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의 경우 응답자 중 67%만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올해에는 80%로 증가했다. 한편 대졸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와 함께 살게 되면서 가족관계는 오히려 돈독해지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남가주대를 졸업한 뒤 산라몬 집으로 돌아온 홍모(22)씨는 “처음에는 오랜 시간을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어색했지만, 부모님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같이 사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람 기자

20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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